🎬들다방 9월 영화 상영회 안내🎬 2025년 09월 10일 다큐멘터리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사진, 속기 추가

22년 전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100여명은 380일 동안 농성을 했다. 고용허가제 도입을 앞두고 정부는 당시 체류 이주노동자의 80%에 달하는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집중 단속 및 강제추방을 진행했고, 짧은 시간에 3명의 노동자가 죽음으로 내몰렸다. 농성을 통해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2005년 조합이 정식 출범했으나 합법적인 노조 설립 필증을 받기까지는 또 10년의 시간이 더 걸렸다. 한편 노조 간부들과 활동가들은 표적단속과 강제추방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이주노동자들은 인권 침해와 노동착취의 근거가 되는 고용허가제의 변화를 20년 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 제도는 더욱 개악되어 가장 큰 문제인 사업장 이동 제한에 차별적인 지역 제한까지 더해졌으며,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적인 출입국 단속도 재개되었다.
영화는 비닐하우스에 머무는 이주노동자, 이들과 연대하는 지원센터 활동가, 변호사 등의 인터뷰를 통해 존재와 권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2025년 09월 10일 다큐멘터리〈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들다방 상영회 속기

진행자: 오늘 상영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독님은 안산에서 오고 계시다고 하고요. 오늘 상영은 감독님 허락하에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상영 후 감독님과의 대화가 있는데, 내용을 잘 정리하여 들다방 홈페이지에 올릴 예정입니다. 오늘 자리에 못 온 분들도 볼 수 있도록 많은 질문과 이야기 부탁드려요.

상영 후 이야기 자리

진행자: 두 감독님, 정소희 감독과 섹 알 마문 감독 모시고 이야기 자리 시작하겠습니다.

섹 알 마문 감독(이하 마문 감독): 영화 어떠셨나요? 저는 1998년 한국에 와서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찾으려 이주노조와 함께 활동해오고 있고, 현재 소속위원장입니다. 제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고민하면서 아시아미디어 문화예술 단체 일을 하기 시작했고, 2013년부터 영화감독으로 활동해왔습니다. 오늘 보신 영화는 2018년도에 작업했습니다. 평일 저녁 시간인데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진행자: 고용허가제 도입이 2003년 입법, 2004년 시행되면서 1년 정도 명동성당 앞에서 집중 단속에 항의하고, 이주노동자 농성을 시작할 때 저도 인연을 맺었다. 이주노조 만들어진 지 20년이 지났고 고용허가제도 20년 넘게 지났는데, 현재까지 상황이 별로 달라지지 않은 점이 가장 유감스럽습니다. 2018년 당시 상영을 해오면서 느끼신 점이 궁금합니다.

마문 감독: 거의 7년이 지났는데 똑같습니다. 이전에는 사장들이 기숙사비를 마음대로 책정해서 받았는데, 지금은 그건 못 하고, 또 이제는 무허가 건물에 이주노동자를 살게 하면 고용노동처에 신고하면 이직할 수 있는 권리 정도의 변화가 있습니다. 무허가에 못 살게 하나? 그건 아닙니다. 콘테이너를 임시 주거시설로 신고 가능합니다. 지자체에 신고하면 공무원들이 현장 수사 안 나가거든요. 임시 허가해서 허가증 갖고 있으면 컨테이너도 합법이 되고, 노동자가 살게 할 수 있습니다. 원래 공장 아닌 기숙사도 불법으로 규정하라고 했는데, 그것도 고용노동부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사장이 이미 기숙사로 투자했기 때문에. 공장 안 한쪽에 사람을 살게 하고, 사람당 20만원, 편의시설은 밖에 있고, 주방 시설도 없는 경우죠. 이미 회사가 투자해서 합법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밖의 무허가 건물이나 콘테이너 등 허가받지 않은 곳을 사장들이 거짓으로 신고합니다. 빌라 등 사진 보여주고 허가 받지만, 이주노동자들이 실제로 와서 보면 다르죠. 사진과 실제 기숙사가 달라도 항의할 수 없습니다. 노동자들이 오면 외국인등록증도 만들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 있어서, 기숙사 문제에 대해 얘기하기 애매한 상황입니다.

진행자: 이번 들다방 상영회를 준비하게 된 계기를 말씀드릴게요. 지난 7월, 현재 구미 옵티컬 고공농성이 진행 중인 상황과 유사한 투쟁이 1980년대 한국에 있어서 관련 영화를 상영 후 관객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당시 투쟁의 주체이던 20대 여성 공장 노동자와 오늘날 이주노동자가 닮은 것 같다고 말한 분이 있었어요. 현재 한국의 이주노동자 이야기를 같이 하면 좋겠다고 느껴 오늘 상영을 두 감독님께 제안하게 됐습니다. 영화 본 분들이 느낀 점이나 궁금한 점 이야기 부탁합니다.

두 사람이 객석을 향해 앉아 있는 사진. 왼편이 영화를 만든 섹 알 마문 감독, 오른편이 이번 상영회 진행자이다

마문 감독: 조금 더 얘기하면, 2008년 이 영화 만든 계기는 ‘여기에서 사람들이 살면 죽을 수도 있다. 임대료는 돈 문제지만 사람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고 느껴서였습니다. 2020년 캄보디아 노동자가 죽으면서 많은 이들이 분노했습니다. 이후 이메일 등을 통해 현실을 몰랐다는 반응이 왔었습니다. 지금도 농장 가면 상황은 비슷합니다. 사장님들 말하기를 ‘내 일, 내 밭이 여기 있는데, 노동자들이 멀리 있으면 어떻게 관리하느냐’ 합니다. 지금도 비닐하우스 안에서 작업일 경우 한 사람이 상주하며 온도 등을 관리해줘야 합니다. 그럼 옆에 보조적으로 컨테이너 등을 놓고 살게 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럴 때 오갈 차편 등 사람이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니면 노동자 투입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안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진행자: 고용허가제 이전에 산업연수생 제도가 있었는데, 노동자 권리를 반영할 여지가 전혀 없어 실제로 노동자들이 미등록 입장에 놓이며 당시 이주민 80퍼센트가 미등록 상황이라, 이를 개선하고자 고용허가제 도입을 했었죠. 문제는 사업주가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체류, 관리 등. 지금 주장하고 있는 노동허가제로 변경하자는 얘기는, 이주노동자의 체류 기간 지위와 노동권을 노동자에게 주자, 노동자 입장에서 제도를 전환하자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헌법소원이 이뤄졌는데, 합헌 결정이 났습니다. 헌재 입장은 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지만 현실적으로 현행 제도가 있어야 이주노동자 관리가 가능하다는 이율배반적 이유를 들어 헌법 합치 결정을 내렸죠. 정부의 시행제도를 잘 지켜봐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이주노동자가 필요했고 산업연수원 제도로 쉽게 오제 하지 못하니까 사업자 입장에서 노동자가 필요해 국외에서 데려오면, 헌법의 노동 권리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문 감독: 모든 사람에게 노동의 권리가 같아야 한다는 헌법이 없었다면 이주노동자 대우는 지금보다 더 열악했을 겁니다. 지금 사업장에 문제를 제기하면 이주노동자에 대해 사업주가 관리하도록 법을 만들어서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과거에 문 정부 때 고민해보자고 이주노동자 사업장 문제를 어떻게 풀지 연구 용역을 해서 고용노동부 민주노총 등이 TF 꾸려 진행해 7,8개월 동안 회의를 하기도 했는데요. 그 사이에 문재인 정부가 끝나고 윤석열 정부가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바뀌니까 말도 바뀌고, 지금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5군데 나눈다고 했을 때, 이 사람이 이 지역에서만 일을 해야 한다는 지역 제한까지 해버려서 이동이 어렵습니다. 어떤 정부냐에 따라서 내용이 바뀝니다. 문제는 한 사람의 태도 변화만으로 사회 구조 전체가 바뀔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시선,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어려운 거죠. 인권 문제가 생기면 미등록자여도 제대로 임금을 받은 다음 나가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인권을 얘기하지만 현장에서 안 이루어지니까요, 기숙사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장에서는 어디 누가 살고 있는지 고용부는 모릅니다. 산업연수 문제는, 브로커가 개입되고 이주노동자들이 월급을 제대로 못 받고 산재 인정 못 받아서 투쟁해서 없앴는데, 지금도 비슷합니다. 민간에게 다시 갔으니까요. 한국에 이주 와서 갑자기 벌이가 실제로 내 나라에 있을 때 30만원도 못 벌었는데 여기서 200만원 벌고 있다가, 8개월 뒤에 나가라면 안 나가죠. 한국인은 여권이 있으면 80개 나라에 갈 수 있지만, 동남 서남 아시아 사람들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브로커를 통해야 합니다. 이들이 여기 올 때 얼마나 힘들고 큰 돈을 줬는지 생각 못하니까 그들의 인권도 생각 못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미국에서 불법체류로 구금된 한국인들과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은 다릅니다. 브로커에 돈을 주고 와야 하니까요. 이런 상황들이 쉽지 않습니다.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바뀌기 쉽지 않다. 기숙사 문제는 작은 한 예일 뿐입니다. 

관객 질문: 정부에서 이주노동자 직장 선택에 있어 지역 제한을 둔다는 생각을 왜 한 건지 궁금하고, 현지에서 알음알음 한국 사업장에 대해 알 수 있는 네트워크는 없는 걸까요?

정소희 감독(이하 정감독): 지역 제한은 넌센스 같은 생각입니다. 제한이 없으면 이주노동자들이 다 서울에 몰릴 거라는 생각. 그런데 이주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는 사업장들은 이미 책정되어 있습니다. 서울에 5만명 필요해서 다 차면, 이들은 3개월 안에 못 찾으면 미등록이 됩니다. 만약에 일자리가 1만개 있다면, 다른 갈 데가 없습니다. 일자리 제한할 게 아니라, 본인이 지역에 갈 수 있고, 지역에 사람이 없다면 인센티브만 주면 됩니다. 그렇게 해결 가능한데, 지역 제한을 두는 것은 잘못된 방식입니다. 브로커 문제도 그렇고, 인터넷이 발달해서 잘 압니다. 내가 2천만원 투자해서 몇 년 일해 돈 벌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시간이 있으면 생각하고 선택하기 쉽죠. 그런데 내가 돈이 없으면 선택권이 없습니다. 한국 가면 임금 체불, 목숨의 위협, 차별 등이 있다고 해도, 설마 하면서 와서 힘든 상황이 벌어집니다. 2천만원 주고 제대로 정착하거나, 다시 돌아가야 하는 도박 같습니다. 알면서도 못 빠져나가죠. 네팔 노동자 중에 자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다. 다 포기하고 자기 나라에 돌아가면 되는데, 그러면 거기서 실패자가 됩니다. 사회에서 그렇게 본다는 걸 이주노동자들은 다 압니다.  <계속된다-미등록 이주노동자 기록되다>라는 영화가 있는데, 노동자들에게 한국의 열악한 상황을 현지에서 얘기해줬었습니다. 그런데도 가고 싶다고 합니다. 선택권이 없어서 그렇다고요. 그렇게 한국에 오면, 선택권 없이 공장에 취집합니다. 무슬림이라 돼지고기를 먹지도 만지지도 못하고, 보기만 해도 힘들지만 돼지고기 가공공장에 취직합니다. 무슬림국가 사람들을 고용하면 안 되는데, 돼지공장에서 고용합니다. 그들도 알지만 와서 일하고, 일하면서 사업주와 부딪히고, 고용노동부에 항의해도 ‘이 사람이 무슬림인지 사진을 가져오라’고 합니다. 여권 어디에도 무슬림은 표시되지 않습니다.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인 거죠. 

2025년 09월 10일 다큐멘터리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들다방 상영 후 gv 무대 풍경

관객 질문: 연구한 박사가 같은 사람인데 말을 바꾼 것인지? (맞습니다.)

관객 질문: 연구용역물을 볼 수 있는지? (인터넷 검색하면 나올 겁니다.)

관객 질문:  이주노동자 가사노동 돌봄 시범 사업이 폐지됐다고 들었는데, 관련해서 이주노조에 상담 등이 들있었는지 궁금하고, 좀전 말씀하신 자살한 네팔 노동자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요?

 가사노동 돌봄사업 관련해 전체 TF를 꾸려서 이주노조가 직접 일대일로 만나 상담하는 통로는 막혀 있었습니다. 애초에 이거는 안 된다고 생각했죠. 서울에서는 홍콩이나 싱가폴에 얘기했는데 나라마다 환경과 생각이 다릅니다. 다른 데는 돈을 안 써도 가사도우미를 써야 합니다. 한국은 부부끼리 일해도 먹고살기 힘들어서 가사노동자에게 2,3백 줄 수 없는데, 그걸 한다고 해서. 최저임금을 줘야 하는데 가사노동자 시간 계산해서 준다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입니다. 처음에는 싸게 100만원 주고 데려와서 일 시키면 된다는 접근이었는데 말도 안 됩니다.

관객 질문: 그 노동자분들은 본국으로 다 돌아갔는지요? 다른 사업장으로 가셨는지.(새롭게 안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정감독: 자살한 분들에 대한 보상이라든지 처우를 물어보셨는데, 고인 되신 분들은 대부분 본국에 돌아갔습니다. 보상은 없었습니다. 이번에 전남 돼지농장 노동자가 직장 괴롭힘으로 자살한 건이 확인되어 산재 처리받았고, 이게 한국에서 첫 사례였습니다. 사장이 구속되고 형을 받았죠. 앞으로 이런 문제가 안 생기면 좋겠지만, 앞으로 또 생긴다면. 보통 이주노동자들은 시신을 본국에 빨리 보냅니다, 가족분들이 빨리 보내달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면서요. 문제는 중간에서 ‘이분이 이렇게 돌아가셔서 산재 보상을 위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중간에 이런 말을 안 합니다. 가족이 오케이하면 빨리 보내버리니까 제대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입니다.

관객 질문: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넘어가면서 일처리를 말씀하셨는데, 이번에 정권 바뀌면서 달라진 점은 없었나요?

마문 감독: 임금 체불 문제 있다고 대통령이 언급했죠. 나주 벽돌공장에서 랩핑돼 괴롭힘당한 이주노동자, 대통령이 수사하라고 지시하는 등 관심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전 민주노총 위원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들보다는 한국에서 투표권이 있는 사장들의 영향력이 큽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존재. 변화 조짐이 보여도 안 될 때가 많습니다. 오늘도 고용노동부 장관 만나서 요구사항 전달했는데, 우리가 힘을 길러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의 한마디로 좋아질 수도 있지만, 그건 알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약간은 달라지는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고용노동센터가 상대적으로 빨리 움직이거든요.

진행자: 사회적 분위기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관객 질문: 감독님이 생각하는 기숙사 문제의 대안으로 어떤 걸 꼽는지요? 임시 숙소를 편법으로 사용해서 문제가 된 것이라 하지만, 이분들은 임시가 아니라 365일 지내는 것인데, 현실을 반영한 최선의 대안은 무엇일까요?

마문 감독: 이주노동자 주거시설을 바꿔야 합니다. 임시는 임시일 뿐, 기숙사라고 언급하기도 애매합니다. 그들에게는 ‘집’이거든요. 내 집처럼 살아야 합니다. 이들이 길게는 10년까지 있게 됩니다. 시선을 바꿔야 합니다. 고용노동부에서 제대로 기숙사가 준비되지 않으면 진행하지 않는다고 해야 합니다. 사업주들이 투자를 강제로라도 해야 하고, 투자할 돈이 없으면 정부에서 일시불로 해주고요. 사업주가 임금 체불하면 보험에서 돈을 줍니다. 임금체불 문제를 그렇게 심각하게 봐야 합니다. 사람이 사는 공간은 일하고 난 뒤 편하게 쉬어야 하고, 에너지를 갖고 다음날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 성인이기 때문에 1인 1실은 기본입니다. 그런데 한 방에 여러 명을 욱여넣고 살면서 여러 일이 일어나 상담이 빈번합니다 .그런 불편 사항은 기본만 지켜져도 해소할 수 있는데, 사업주가 해결해야 한다고만 생각지 말고, 정부가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농업 쪽은 기숙사 문제 심각합니다. 대부분 이주노동자들이 5인 미만 사업장 가족 기업에서 일하는데요. 이들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생각을 못 합니다. 가족들이 정해진 노동 시간 외에 와서 일하기 시작하면 이주노동자는 함께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3년 동안 공장 다닐 때 그런 눈치를 받았습니다. 아침에 커피 마시려고 갔는데 사장님이 먼저 일하고 있으면 눈치가 보입니다.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다 같죠. 우리 사회가 눈치를 엄청 많이 봅니다. 사업주가 눈치를 엄청 주기도 하고요. 우리 사회에서는 눈치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행복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시민단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민단체들이 어떨 때 보면 인권이 마찬가지로 없습니다. 누가 뭐라고 할까봐 눈치를 보죠. 눈치 없는 사회에서 살고 싶습니다. 방글라데시 사회의 예를 들어볼게요. 결혼식 때 일주일 휴가 내도 노동자들이 10일 있다가 옵니다. 공무원이든 일반 회사든. 그거는 서로 어떻게 할 수 없어요. 집에 일주일 있다가 온다고 가고 한 달 있다가 옵니다.(웃음) 인구가 많지만 쉽게 자르고 그렇지는 않습니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문화가 조금 다를 수 있는 문제입니다.(웃음)

2025년 09월 10일 다큐멘터리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들다방 상영 후 gv 관객석 맨 뒤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

관객 질문: 이주노동자분들이 한국에 오면 첫날 일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언어라든지 문화에 적응해야 하고, 그런 상황에서 눈치 등의 문화 차이 느끼고 어려움 느껴야 하는 실정인지요?

마문 감독: 보통은 한국 오기 전 본인의 나라에 있을 때부터 노동자 기를 죽여놓습니다. ‘가면 사장한테 90도로 인사해야 하고, 일하기 30분 전에 있어야 하고, 3개월 동안 사장 눈 안에 들어야 비자 연장해서 오래 있을 수 있다.’ 이런 교육을 합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들이 매우 힘들어 하죠. 실제로 업무를 시작하면 자기가 가진 능력의 120프로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3개월 일하면 보통 아프고 많이 다칩니다. 그런 모습을 많이 봐서 제가 교육 같은 데 나가면 저는 100을 일할 수 있으면 70 하라고 합니다. 가끔 전화 와서 고맙다고 하십니다. 한꺼번에 100을 일해버리면 사장의 기대가 점점 올라갑니다. 사람 몸은 한계가 있습니다. 어쨌든 한국 오기 전에 이미 교육을 받고 옵니다. 앞선 노동자들이 회사 환경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다음 노동자가 혜택을 받습니다. 만약 30분 일찍 와서 일하고, 또 30분 늦게 일하다 가면 다음 노동자가 그 룰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노동자에게 제일 힘든 점은, 내가 내일 회사에 가서 그만둔다고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후로 내 가족이 어떻게 먹고살지 고민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만두면 이주노동자는 내가 거주하는 곳이 없어집니다. 다른 직장 구하느라 쉬는 동안 수입도 없죠. 지역 이동하며 새로 직업 구할 때 이사로 3,4백은 사라진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이 사업장에서 정말로 더이상 살 수 없다, 죽을 수도 있다고 여길 때 직장을 그만두고 바꾸려 하지, 정말 웬만하면 안 바꾸려고 합니다. 

관객 질문: 한국 사회에 외국인 노동자분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되는데요. 지인이 많아지면 저도 좀더 관심을 가지게 될 텐데, 단체나 같이 만나게 하는 네트워킹 파티 등이 있는지요?

마문 감독: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습니다. 9월 21일에 전국이주노동자대회가 을지로에서 2시에 있습니다. 이주노동자 페이스북 페이지 들어가면 소식이 많이 올라옵니다. 그외에도 안산 지구인 축제, 문화예술 쪽으로는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등이 있습니다. 10월 25일부터 서울이주민예술제를 하고요. 이주민 영화, 예술가들 콘텐츠를 틀기도 하는 등 일주일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거기에 가면 이주민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고, 인권 주제를 담기도 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관심 가지게 하는 활동을 하고 있고, 집회 시위는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서울 지역에도 활동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최근 이주민 혐오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집담회 토론회 등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매년 노동절 전주 일요일에 이주노동자의 노동절이 열립니다. 대부분 노동절에 못 쉬기 때문이죠. 거기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마칠 시간이 되어가서, 감독님,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마문 감독: 이주노동자를 우리 사회에서 사람으로 생각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같은 욕구를 가진 삶을 살아갑니다. 좀더 좋은 일자리, 편하게 살고 싶은 욕구가 누구나 있습니다. 미등록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웃에 대한 생각. 이들이 노동하러 왔지만 내 이웃이고, 내 투표권을 이주노동자 소수자를 생각해서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당장은 아니어도 이것에 대한 해결, 함께 살아가는 좋은 사회를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달 21일에 시간 되시면 을지로 노동청 앞에 오시면 다 같이 만날 수 있습니다.

/2025년 09월 10일 다큐멘터리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들다방 상영회 속기 끝.

2025년 09월 10일 다큐멘터리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들다방 상영 중 풍경. 사위가 캄캄한 가운데 스크린만 밝게 빛난다.